데우스 엑스 마키나

전에 진중권 영화평론가가 심형래의 영화인 ‘디 워’에 대해서 이런말을 한 적이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하늘에서 기계장치의 줄을 타고 내려오는 신’ 이란 뜻 이라고 한다. 주인공들이 아무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어이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밤 10시가 되었는데도 집 밖이 꽤나 시끄럽다. 우리 집은 그래도 대로변 까지도 아니고, 상가 주변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깊은 곳이라고도 볼 수 없다. 태국 생활을 하면서 내 심경을 가장 거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소음이다.

오늘 밤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집 앞 맞은 편 사무실 앞에 진을 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동네가 떠나갈 듯한 음악을 서로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따라 부르고 있다. 아마 길면 서너 시간, 짧으면 두어시간이면 파 할 것 같다.

그 동안 날 그렇게 괴롭혀 오던 저녁 모기들이 오늘은 쉬는 날인가? 내심 분노가 모기들에게로 향한다.

얼마전 맞은 편에 있는 작은 회사 직원들이 쉬는 날 새벽부터 대형 스피커가 장착된 픽업트럭을 타고와 아침 내내 동네가 떠나가도록 댄스음악과 룩퉁을 틀어제낀 일로 한번 충돌한 적이 있다. 물론 그들과 상식적인 대화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퀭한 눈으로 비척 비척 걸어 나가 눈깔을 뻔뻔하게 뜨고 픽업운전석에 눕듯이 앉아 있는 사람에게 대뜸 항의를 했다.

“저기요, 여기 사시는 분들이세요?, 여기 사는 사람들도 있는 동네에요, 음악 좀 줄여주세요.”

“여기 사는것하고 당신이 무슨 상관인데요?”

“나는 어제 여러가지 일로 잠을 잘 못자서 당신들 때문에 여러번 자다가 깼어요.”

“지금 몇 시인데 아직 까지 자요?”

그렇다. 그때 대략 오전 11시 쯤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음악을 틀기 시작한 것은 대략 오전 9시 전후 부터 였다.

그 후 대화가 더 이어지지 않은 것은 너무나도 어이없이 당당하게 무시된 전후관계와 인과관계의 오류 때문이었다.

이 일화를 예로 드는 것은 이렇게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사실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 라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태국인들 그 누구조차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잘못하다간 재수없는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와 같은 일이 지속되면 조용히 이사를 가야하는것이 태국적인 통념이다.

어쨋거나 오늘 밤에도 왁자지껄하고 있는 이 사람들을 누구도 터치하지 않고 있다.

죽음의 더위가 가고 5월 중순 쯤 되면 더위로 인한 울화통을 씻을 수 있는 우기가 된다. 몬순이라는 기후는 예측이 조금 어렵다. 태국적인 것으로 잘 돌아가던 것들을 순식간에 바뀌 버리기도 하니까.

순조롭게 운행하던 도로에 갑작스레 스콜이 쏟아지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거나 국지적인 홍수가 나거나 해서 마비가 되기도 하고, 뚝에 물이 넘치기도 하지만 이 보다 반가운 느낌이 드는 것도 많지 않다.

난감한 감정이 한 시간 쯤 지속 되었을 때, 갑작스레 스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볍게 오지도 않고 세차게 퍼붓는다. 밖에선 서로 소리치는 소리가 조금 들리더니 이내 스콜소리에 파묻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해산했고 세찬 빗소리에 나도 평정을 찾았다. 때론 거슬리는 뭔가가 있을 땐 밥상을 뒤집어 버리는 것도 심정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유난히 시원한 스콜이다.

Written by SOMA

태국 방콕에 거주하는 다큐멘터리, 스트리트 사진가. 방콕까페 Swaygray Coffee 오너 겸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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