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거리, 긴 여운을 걷다. –소이 나나 –

짧은 거리, 긴 여운을 걷다. –소이 나나

어느 도시나 차이나타운은 늘 풍성한 먹거리와 다양하고 활기찬 삶의 모습으로 채워진다. 그 곳에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 자연스레 현지인들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그 곳은 곧 문화적이고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탈바꿈을 한다.

후어람퐁 MRT역에서 5분 거리인 ‘쏘이 나나’는 차이나타운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200미터 남짓 한 짧은 거리지만 여느 차이나타운의 거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면 자연스레 늙어가는 듯한 건물들과 중국식 소매상들의 상점들 사이로 자연스럽게 젊고 현대적인 문화공간들과 맛집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하루도 아닌 한 나절도 채 걸리지 않고 다 돌아 볼 수 있는 거리지만 이 거리는 낮과 밤이 주는 느낌은 많이 다르다.

오랫동안 타이 차이니즈들이 살아가던 ‘뜩태우’가 가득한 거리에 비교적 격식없는 갤러리와 까페, 바 들은 낮 시간의 남루하고 단조로운 생활 풍경을 문화적 공간으로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어스름한 저녁 시간이 되면 외국 여행객들은 물론 타이 현지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많다. 저녁 소이 나나 거리의 양 옆에는 주차한 차들이 가득 차고 골목 여기저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일을 마치고 가볍게 저녁거리를 찾아온다.

소이 나나의 저녁 풍경

적당한 식당에 들러 부담없는 가격에 맛있는 식사를 양 껏 먹고 나면 주변의 공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입구에 보이는 103 까페. 낮에는 까페, 저녁엔 주류를 파는 바 이다.

 

까페 103은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로인 짜른끄룽 로드에서 소이 나나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까페 겸 바 이다.

약간 어두운 듯한 내부는 커피와 주류를 판매하는 곳으로 내부 인테리어는 단촐하지만 중국식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태국은 낮시간 주류 판매가 금지 되므로 낮에는 까페 저녁에는 주류영업을 시작한다.

 

작은 골목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운치가 있는 거리 찻집의 분위기, 옛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약재상들, 분주히 돌아가는 얼음공장, 또 여러 문화권의 신상들을 팔고 있는 상점들도 볼 수 있다.

이 짧은 거리 내부는 또 다른 작은 골목들이 있어서 큰 길로 나가거나 상점 뒤로 난 작은 골목이기도 해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좀 더 내밀한 중국계 태국인들의 생활터전이다. 그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살짝 걸어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골목 골목을 돌다보면 활기차게 돌아가는 얼음공장이나 멋진 꽃 데코 샵 도 만나 볼 수 있다.

길 가운데는 나힘까페가 있다.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고 핸드크래프트를 하는 주인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음료 자체의 데코레이션도 매우 좋은 편이다. 커피도 맛있지만 대체로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음료들을 많이 판다. 예를들면 에스프레소와 타이 밀크티 같은 것을 혼합시킨 아이스 음료와 샤베트를 버무린 스프클링 음료 같은 것 들이다.

더운 거리를 걷다보면 인적은 당연히 드물다. 그러나 나힘까페 안은 마치 젊은이들이 더위를 피해 찾아든 것 처럼 북적 거릴 때가 있다. 사실 꽤나 이름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맞은 편에는 초와이 갤러리가 있다. 젊은 예술가들이 주로 금,토,일 같은 주말에 오프닝을 가지는데 1층과 옥상에 작은 맥주 바를 운영한다.  때문에 가볍게 이벤트에 참석해 작품들을 감상하고서도 가볍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기도 하다.

다만 평일에도 갤러리를 오픈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말이 아니라면 갤러리 문이 열려 있지 않을 수도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초와이 갤러리와 디렉터인 빅터

 

 

초와이 갤러리 루프탑 바에서 보는 소이 나나의 풍경

 

 

시간이 저녁 8시 이후라면 맞은 편 에 있는 ‘23 갤러리 바’ 에서 가벼운 음료나 맥주 같은 것을 마실 수도 있다. 초와이와는 다른 성격의 갤러리로  좀 더 가벼운 분위기다. 그러나 작품까지 가벼이 볼 수는 없다.

초와이가 전시와 이벤트 위주라고 한다면 23갤러리 바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 판매에 좀 더 치중해 있다. 화가인 갤러리 주인이 직접 운영을 하는 곳으로 밤에 운영하는 갤러리 치고는 실내가 꽤나 어둡다. 전시 기간도 대략 1달에서 2달로 초와이 보다 평균적으로 긴 편이다.

저녁 8시에 오픈하는 23 갤러리 바의 입구

 

갤러리 23 바의 디렉터와 전시된 작품들

 

닫혀있는 것인지 열려 있는 것인지 모를 집이 하나 있다. ‘Teen of Thailand’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 곳은 진과 토닉을 주 메뉴로 하고 있는 바 이다. 여러 여행서적들에도 알려져 있어서 현지 젊은이들 뿐 아니라 외국 여행객들도 종종 찾아 온다. ‘ToT’ 라는 이니셜로 만든 간판은 마치 인터넷 이모티콘 같은 효과를 주고 있어서 젊은 주인의 유머센스가 느껴질 정도다.

 

폐쇄적으로 보이는 정문과는 달리 슬쩍 보이는 어두운 내부를 통해 실제로는 매우 인기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낮 시간 거리를 걷다 보게 되는 꼭 닫힌 문은 다소 삭막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 거리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분명 다르다. 애시당초 가벼운 음주가 목적이라면 늦은 시간에 들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바로 옆에는 지우 빠 (Pi jiu ba) 라고 쓰인 간판을 볼 수 있다. 피 지우 빠 라는 이름은 중국어로 맥주바를 말한다. 생맥주를 중심으로 각종 맥주를 파는 곳이다.  나나 거리에는 중국어 간판이 종종 보이지만 실제로 차이나타운의 범주에 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에 중국어 간판이 오래 전부터 많이 쓰여오던 곳이다. 이 곳도 빈티지한 차이니즈 스타일로 비교적 넓지 않은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맛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 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곳 또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며 쉬어가기에 적당한 장소인 듯 하다.

 

저녁 소이 나나를 거의 다 지나오게 되면 빠하오 라는 주점을 만날 수 있다. 1-2층은 주점 및 식당이지만 3-4층은 작은 부띠끄 호텔 이라는데 에어비앤비를 중심으로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1박당 3-5천 바트 정도의 결코 저렴하지 않은 숙소는 벌써 이미 두달 가량 예약 만료라고 하니 여행자들에게도 꽤나 인기가 있는 곳이라 하겠다.

빠 하오 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8호’ 라는 뜻인데 이 건물의 주소와 같다. 거기에 중국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숫자 8 (‘빠’라는 발음은 중국에서 재산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는 發:fa 와 발음이 비슷해서 중국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숫자이다.) 을 그대로 상호에 적용한 것이다. 실내는 비교적 넓으나 손님도 상대적으로 많다.

 

 

짧은 거리 소이 나나를 나와 오거리에 이르면 정면에 타이 차이니즈들이 주 신도들인 침례교회가 있다. 벌써 180주년이 된 이 교회는 평일에도 가볍게 들어가 볼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이므로 가볍게 둘러 볼 수는 있겠지만 현지인들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 머물러야겠다.

타이 차이니즈들의 역사를 대변하는 침례교회

 

 

오거리에서 보는 소이 나나, 오른쪽 골목이다.

현대적인 거리, 그리고 고풍스러운 옛 정취가 함께 어울리는 곳으로 짧은 거리 긴 여운이라는 말은 단순히 낮이나 밤 한 순간을 방문하는 것 만으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쌀국수와 같은 태국 거리음식이 가장 맛있는 곳이라면 단연 차이나타운이고, 소이 나나 주변의 국수 음식점들은 태국어디에서도 빠질 수 없는 맛집들 중 하나이다. 이 주변의 바와 까페들 또한 여러 타이 매체에서 소개하고 있는 업소들 이기도 하다.

비교적 가볍게 방문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갤러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편안하게 품고 있는 오랜 중국풍의 거리 분위기.

소이 나나를 걷게 된다면 아마도 단 한번의 방문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쉬운 곳이 될 것이다.

 

 

 

 

 

 

 

 

 

 

 

 

Written by SOMA

태국 방콕에 거주하는 다큐멘터리, 스트리트 사진가. 방콕까페 Swaygray Coffee 오너 겸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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