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거리안의 옛 거리 ‘딸랏너이(작은시장)’ 를 걷다.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는 19세기 중반 경, 라마4세인 몽쿳왕 시절에 만들어진 쩌런끄룽 로드라고 알려져 있다. 왕궁 아래로부터 후어람퐁, 끄룽까쎔, 씨프라야, 그리고 방락, 타논 똑으로 이어지는 긴 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뒤죽박죽이 된 시간 터널을 지나듯 근대와 현대가 섞여 있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쩌런끄룽 로드의 특이점이라면 중국계 이주민들의 역사 또한 이 거리를 통해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인데 그 중에서도 ‘쩌런끄룽 쏘이20’ 의 딸랏너이 지역은 가장 오래된 중국계 이민자들의 동네로 알려져 있다.

짜우파야 강변에 위치한  ‘작은 시장’이라는 의미의 ‘딸랏너이’는 이백여년 전 부터 꾸준히 이 곳으로 이주하던 중국계 이주민들이 정착하며 만들어진 곳이다. 강이 있고 여러 선착장이 있고 시장이 있으며 강주변으로 크고 작은 중국식 사당들과 거주지들이 형성되어 있었다.

특히나 200년 역사가 넘는 ‘쏘행타이’고택이나 ‘쩌쓰꽁’사원 같은 곳이 이 딸랏너이의 역사를 대변해 주는 듯 하다.

때문에 최근 카메라를 들고 쩌런끄룽 쏘이 20 의 ‘딸랏너이’ 주변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태국인들의 트렌드라면 역사와 전통 기반의 신문화가 아닐까 싶다.

 

쩌쓰꽁사원에서 짜오프라야 강 맞은편으로 보이는 톤부리방향의 ‘롱(Lhong)’과 클렁싼 지역

 

일요일 오후, ‘짜른끄룽 쏘이 20’ 주변의 딸랏 너이 안쪽으로 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있는  좁은 길 써이 완닛에는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이 많아진다.  쩌쓰꽁 사원 주변으로 여행객들을 위한 작은 숙소들이 있고 자동차 부품 재생 시장과 딸랏 너이는 보다 생동감 있는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방콕역사의 가장 내밀한 현장은 외부인이나 여행객들에게 인색하지 않은 얼굴로 손을 내밀고 있다.

 

 

거리 한켠 무심히 쌓여 있는 부품들은 이 거리의 특징 중 하나이다. 당연히 이 부품들은 이 곳 주민들의 생업을 위한 것들이고 주로 재활용으로 쓸만한 것들을 고르거나 수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나 작은 공동주택 같은 건물에서 자신들의 생활을 외부에 그대로 노출시키며 사는 모습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주민들끼리 서로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런 방식의 생활양식은 생기기 어렵다. 때문에 이 지역은 ‘춤촌 딸랏너이 (작은 시장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오래된 중국식 공동주택, 문을 열고 생활하기 때문에 생활이 그대로 노출된다.

 

작은 시장 안의 거리

 

이 거리에는 몇 군데의 명소가 있다. 그 중에서 최근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면 중국 전통 가옥  사합원 (四合园)인  ‘쏘행타이’ 라고 하는 곳이다.

초기 복건성 이주민에 의해 대략 230년 전 쯤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국가적으로 문화재로 관리를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 가 싶을 정도이다. 물론 차이나타운 여기 저기에는 100여년 이 넘은 옛 건물들이 이곳 저곳 남아 있기는 하지만 ‘쏘행따이’ 저택의 경우 그보다 더 오랜 시절의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다.

북문인 소행타이의 입구.

 

 

선대 주인의 생활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도 놀랍지만 하지만 현재 7대에 이르는 그 후손이 이 고택을 까페와 다이빙 교육장 그리고 애견전문 견사로 운영하고 있는 모습은 더욱 놀랍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같은 방식으로 집주인이 다른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방문을 유도함으로써 명소로 거듭나 더욱 깊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유물을 과거의 유산으로 기억하는데 그쳐버리는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동시대 사람들과 더불어 한 공간간에서 공유하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내부에서는 까페 영업과 다이빙강습 영업을 하고 있지만 외부에 간판같은것을 따로 만들지 않아 처음 방문하면 입구를 잘 찾지 못하거나 들어가도 되는지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쏘행따이 자체는 인근에서도 유명한 곳이라 사람들이 쉽게 안내를 해주는 편이다.

또한 다닥다닥 붙여있는 주택가의 골목 한복판에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있기 때문에 고택 자체는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

쏘행타이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풍경은 한편 기이하기도 하다. 현대식 건물들 사이로 230년 전의 고택이 있고 또 그 가운데를 다이빙 강습소가 차지하고 있다.

 

 

쏘행타이에서 쩌쓰꽁으로 향해 가는 길의 풍경.

 

골목 어귀의 타이식 싼프라품과 중국식 신물들, 고목을 둘러싼 갖가지 천들이 서낭당을 연상시킨다.

 

쏘행타이를 나와서 강변을 향해 걷다보면 꽤 큰 중국식 사원하나를 볼 수 있다. 쩌쓰꽁 이라고 불리는 이 사원은 중국 복건계통의 민간신앙중 하나인 청수조사를 모시는 사당이다.

청수조사 사원의 전경

 

쏘행타이 고택이 복건성 이주민에 의해 만들어 진 후 이 청수조사 사원을 만드는데도 상당 부분 기여를 했다고도 한다.

대략적으로 1804년에 만들어 졌다고 하니 적어도 210년은 족히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바로 근방에 위치한 쏘행타이가 그보다 약간 더 오래되었으니 상당부분 연관이 있어보인다.

보통 10월 초 경에 있는 방콕 ‘쩨’ 행사 기간중에 상당히 성대하게 ‘쩨’를 지내는 곳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근방 사람들은 흔히 ‘롱쩨’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푸껫의 여느 ‘롱쩨’ 사당들이 그러하듯 ‘쩨’행사진행의 상당히 많은 용어들이 ‘호끼엔 (복건어) 발음이며 후에 ‘때찌우 (조주어)’용어들이 첨가되었다. 사실 두 중국 남방 방언은 서로 다른 방언이지만 서로 어느정도 알아 들을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쏘이 완닛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한왕묘’라는 이정표가 있는 골목을 볼 수 있다. 길   벽 여기저기는 벽화가 그려져 팬시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방문객들에게 다소 편안한 공간이 되도록 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이런 벽화들은 주민들이 방문객과 여행객들에게 어느정도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편 보여준다.

 

 

 

 

강변에 위치한 한왕묘.

내부에 들어가보면 실제로 촉제 유비를 주 전에 모시고 있다. 라따나꼬씬왕조가  시작할 무렵 객가 상인들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 하니 대략 15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사당이다.

 

 

한왕묘에서 보이는 강변방향의 풍경

 

그 외에 강변에는 또다른 맥락의 명소가 하나 더 있다.

성 로저리 성당 (Holy Rosary Church) 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깔라와 교회’라고도 한다. 18시기경에 아유타야에서 이곳으로 이전 한 후 라마5세 때 현재의 모습으로 개축되었다고 하는데 깔라와 라는 이름은 갈보리 혹은 칼바리 에서 유래한 듯 하다.

한동안 중국인들의 거리풍경을 보다 말끔한 고딕 양식의 서구적 건출물을 보는 감회는 또 다르다. 현재는 주변의 중국계 사람들이 많이 이용을 한다고 하는데 굳이 신도들을 딸랏너이 커뮤니티 사람인가 아닌가를 구분할 것 까진 없어 보인다.

이곳부터 리버시티 호텔과 선착장들이 이어지니 이 곳을 넘어가면 ‘딸랏너이’ 분위기와는 다소 다른 곳들이다.

 

성당 내부 모습

 

‘딸랏 너이’ 오랜 거리에서 가장 오랜 역사가 숨겨진 거리.

색이 바랜듯한 오랜 거리 속에서 오랜 생활 양식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를 가지고 들어오려는 사람들, 그리고 잠시 그안에서 머물다 가는 관찰자들은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으로 그 거리에서 수백년을 만들어오고 있다.

고색창연한 그 거리는 남루하고 고고하며 끈질기고 세련되었다.

 

 

Written by SOMA

태국 방콕에 거주하는 다큐멘터리, 스트리트 사진가. 방콕까페 Swaygray Coffee 오너 겸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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