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방콕까페 – 손님이 두렵다.

완 짝그리. 태국의 공휴일이라 일반적으로는 쉬지만 쉬지 않는 업체나 집들도 많다. 아침부터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 오더니 급기야 가족단위로 들어와서 꽤나 버거웠다.
 오전 첫 손님은 외국에서 온 커피 수입상. 전 세계의 내노라하는 커피들을 맛보는 사람이다. 처음 르완다로 핸드드립을 내려달라 했는데 먹은 후 표정을 보니 그다지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파푸아 뉴기니아 버진마운틴 콜드브루 한 잔과 엘살바도르 핸드드립을 따로 드렸다. 르완다로 표정이 굳어진 그가 나가면서 콜드브루와 엘살바도르의 맛에 극찬을 하고 나가며 팁을 놓아두고 갔다.
 
 전문가들이 들어오면 아직 내 멘탈은 너무 흔들린다. 이런 손님들을 앞에서는 로스팅과 커핑, 그리고 원두들을 끊임없이 맛보고 공부하는 것 밖에 답이 없지 않겠나 싶나. 얕은 내공이 언제 드러나고 무너질까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래 사실 동네까페에 뭘 많이 기대하나?”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또 날 믿고 찾아주는 다른 손님들과 단골들을 바보로 만드는 반푼이 같은 생각이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얕은 내공을 생각해 더 파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작정이라도 한 듯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그 동안 혼자서 주문받고 커피와 음료 만들고 대화하고 설겆이와 계산까지 다 했는데 가족단위로 들어오는 손님 앞에선 무너질 뻔 했다.
침착하게 가족손님들에게 지금 앞 분 들의 음료를 만드느라 조금 서비스가 늦게 되었다고 사과를 하고 시작을 하니 이해를 해주셨고 그것이 감사하다고 작업대가 정리되는 대로 오늘 부터 개시한 딸기라떼 를 하나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최근 주문 제작한 냉장 냉동 겸용 냉장고가 어제 기사들이 와서 온도를 다시 조절했는데 한참 손님이 밀리고 있을 때 주문대로 필요한 재료 중 우유와 소다가 모두 얼어있었다. 다행히 여분의 우유가 있었고 소다는 상온 보관인 것들을 꺼내 써야 했다.
재료의 온도가 달라지만 음료의 상태와 맛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태국은 얼음을 쓰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온의 음료와 얼음이 섞이면 음료의 농도와 맛은 크게 달라진다.
한국이라면 당장 업체에 전화해 GR을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태국은 다르다.
몇 일이 걸리든 몇 달이 걸리든 화염은 가슴에 품고 미소를 지으며 상대를 달래야 한다.
일단 냉장 음료들은 다른 냉장고로 다시 옮기고 얼은 것들은 상온에 녹이되 일부 음료 재료용으로는 이미 쓸 수 없기에 대체재료를 마련해야 한다.
 
아침에 준비하고 , 매장을 닫고 , 기계 청소와 하수처리를 하고 내일 영업을 기다리는 것이 다 인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기계정비와 재료마련, 내일의 매장 운용에 대한 것들을 예상하고 대비해도 모자란다는 데 까지 생각이 미쳤다.
손님이 뜨문뜨문 올 때가 행복한 때라는 것을 느낄 날이 있다고 누군가 했던 말이 불현듯 생각난다.

Written by SOMA

태국 방콕에 거주하는 다큐멘터리, 스트리트 사진가. 방콕까페 Swaygray Coffee 오너 겸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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